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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선비라~~~

2005년 9월 15일(목)
아침에 눈뜨자 마자 병호가 "엄마 유치원에 가기 싫어"한다.
드뎌 올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또 "엄마 빙고 망고 보고 갈거야"한다. (빙고 망고는 이베스 만들기 프로다. 만드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요즘. 유치원에 다녀와서 대뜸 "엄마 오늘은 아무것도 안만들었어"할 정도다)
이건 또 뭔 뚱딴지 같은 소리... 잠꼬대인가 했다.
거기다 어제 저녁 수요예배 다녀오면서 신나게 계단을 오르다 왼쪽다리 정강이를 계단 모서리에 팍 부딧쳐 아파 죽겠다 울더니 아침에 보니 꽤 많이 부었다.
그래 부었으니 걸을때마다 좀 아팠겠지?
아프다고 못 걷겠단다.
그래서 유치원에도 가지 못하겠단다.
핑계도 어찌 이런 핑계를... 그리고 딱 맞아떨어지는지...

그 핑계에 엄마가 잠시 넘어갔다.
유치원에 전화해서 오늘은 보행이 좀 불편해 해서 하루 쉬기로 말하는데
원감 선생님께서 병호에 대해 이야기 주신다.
병호가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잘 하고 있다고..
그러면서 울 병호가 선비같다라는 표현을 하신다.
선비!!!! 이건 또 뭔 소리...
좋게 들어야 할지 나쁘게 들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좋다고 해주신 이야기겠지 하며 씩 웃었다. 선비라... 선비라...

그래 놓고... 병호는 맘이 좀 편해졌는지...언제 아팠는지... 모르게 잘도 걸어다니고 쌕쌕대고 놀고 있다.
순간 '이건 아니다'싶었다.
이렇게 한번 허용해주면 다음엔 또 무엇으로 꾀병아닌 꾀병을 부릴까?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을 보고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간단히 유치원에 왜 가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옷 입히고 가지 않겠다는 병호를 델쿠 길을 나섰다.
그래도 아프다는 아들을 배려해 택시를 타려고 한참을 기다리는데 택시는 하나도 없고...
그렇게 기다리다 어매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렇게 덥석 차를 얻어 탔을까 싶다.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한대 옆에 와서 선다.
"서울대 전철역 가세요" 낯선 아저씨의 질문에
"예 전철역 지나 봉천고개 있는데 까지 가야 하는데요" 했다.
"그쪽으로 가는 길인데 타시겠어요?"
잠시 머뭇거리다"예 감사합니다."하고 아들 둘 델쿠 뒷자리에 덥석 탓다. "
"이쪽에 사세요?"한다.
그러면서 택시 몇분이나 기다리셨어요?"하면서 그러는데
"이쪽엔 택시가 잘 서지 않습니다. 저도 한 20분씩 기다리다 못탈때가 많았답니다"하면서
애들 둘 델쿠 유모차까정 들고 서서 택시 기다리는 우리에게 동정표를 던져준 아저씨...

음 사실 혼자라면 절대 차를 세워주지도 않았겠지만?
혼자라면 절대 안타지... 애들 둘 델쿠 있는 아줌마니까 용감무쌍하게 타고 간 것 같다.
내 생전 또 처음 겪는 일이라 이레 주저리 주저리 육아일긴지 내 일긴지 모르게....

글구 가는 동안 내내 울 애들하고만 하늘에 구름이 기차길 모양이라는둥, 거미줄 같다는 둥 하며 이야기하고 갔다.

차에서 내리고두 울 병호는 계속 유치원에 안가겠다고 길바닥에 주저 앉았다.
모르는체 하면서 힐끗 힐끗 쳐다보면 숨었다 다시 따라오구...
암튼 그렇게 유치원 앞까지 갔는데 안가겠다고 울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선생님품에 안겨 거의 끌려가다시피 교실로 들어가더니...
그러구도 한참을 엄마 엄마 하며 통곡하며 우는 병호가 방해가 되는지 델쿠 나오시는 선생님을 피해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짠 했다.
동생 소망이가 태어날때도 그렇게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며 떼쓰던 병호가 생각이 나서...

9월 15일 선생님께서 원아수첩 통신란에...
아침에 울고와서 걱정했는데 금새 마음이 풀려서 웃으며 오전 수업에 참여 했어요.
지금 시기가 중요하닌까 때로 떼를 쓰더라도 원에 꼭 보내주세요. 계속해서 관심 갖으며 지도하겠습니다.

이렇게 메시지가 왔다.
집에 돌아올때도 언제 그랬냐는둥 기분좋게 유치원 생활을 이야기하는 울 아들

사랑하는 아들 병호야
병호에게 힘든일이 참 많구나!
전에 선생님은 김치도 좀 빼주고 하셨는데 새로오신 선생님은 안해주신다고...
빨리 밥을 먹으라고 해서 힘들고, 도와주지 않고 혼자해야 해서 힘들고(울 병호는 정말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데 말이야)
유치원차안이 너무 덥고...

그래도 울 병호 너무나 잘 생활해주고 있어서 엄마는 너무나 감사하단다.
오늘 잠자리에 들면서도 친구들 이름을 불러가며 엄마한테 친구들을 소개하는 우리 아들
이젠 얼마지 않아 엄마보다 그 친구들이 더 좋다고 하겠지?
그런날이 와도 엄마가 섭섭해 하지 않도록 조금씩 조금씩 울 병호를 엄마에게서 친구들에게로 떠나 보내는 연습을 시작해야겠구나
병호야 너무 먼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보면 우리 병호는 좀 생각이 많은 아이인것 같구나.
그것도 좋은점이지만 울 병호는 이제 5살인데 그저 아이처럼 뛰놀며 떼론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줬으면 할때가 있단다.
맘대로 안되지? 그치?
도리어 우리 병호에게 더 좋은 점이 될 수 있도록 키워줘야겠구나

사랑해 병호야
엄마가


   "엄마 사랑해요!"


   병호 처음 유치원 가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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